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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 보물창고/인터뷰

"1등이 아닌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치 필요하다" (김경미 / 정치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 더보이스 2012-05-14)

"1등이 아닌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치 필요하다"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추진하는 정치경영연구소 김경미 연구원

2012년 05월 14일 (월) 14:32:50 이은창  jesuskorea@thevoice.kr

 

 

 

총선이 끝나자마자 '멘붕'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을 뒤덮었다. 선거 결과로 드러난 연고주의에 기반한 한국의 정치지형은 낙후된 민주주의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잘못된 선거제도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그룹은 과대 대표되게 하고, 또 다른 그룹은 과소 대표되게 하는 한국의 선거제도와 정치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동일한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지형을 바꾸기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PR포럼’은 지난해 말부터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경미 선임연구원(한림대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치경영연구소에서 PR포럼을 담당하고있는 김경미 선임연구원 ⓒ더보이스 서경미

 

 

더보이스 : 많은 사람들이 4.11총선 결과에 대해서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을 듣고 싶습니다.

 

 

김경미 : 다들 멘탈붕괴 상태가 아닐까요? 야권이 이길 거라 생각했으나 결과를 보고 국민들은 정말 냉정하리만큼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선거 끝나고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을 문제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야권 실패 원인은 비전을 주지 못하고, 반MB 정서에 편승한 안일한 생각, 쇄신하는 모습보다 지분을 놓고 땅따먹기 한다는 느낌이 국민에게 실망감 준 것입니다. 김용민 막말 파문, 이정희 의원 여론조사 조작사건을 정치권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개인적으로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보적인 사람은 당연히 진보를 뽑을 것이고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 해도 보수를 지지할 것입니다. 관건은 중도의 표를 누가 가져가느냐 인데, 이들이 자신이 서 있던 곳을 옮겨 반대쪽으로 옮겨갈 때는 그쪽에 속한 그룹들의 면면 즉, 신뢰, 진정성을 중요하게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지지하기로 결심한 이슈를 그 그룹들이 진정성 있게 잘 수행할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기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입니다. 개혁을 외치는 자들도 결국 다 똑같은데 왜 진보를 지지해야 하나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등 비상대책위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여기에 박근혜가 쇄신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총선 후 노회찬 의원이 “여권은 뼈를 깎고 있는데 야권은 때를 밀고 있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보이스 : 한국의 정치개혁에 뜻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본인의 활동에 신앙적 정체성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김경미 :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부 때 경제학, 국제정치를 전공하면서 최태욱 교수님으로부터 국내 정치, 제도 개혁, 비례대표제를 배웠다면 김준형 교수님께는 국제정치, 한반도와 한미관계 등을 배웠습니다. 공부하면서 국제정치를 개인이 다루기에는 버겁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국내 정치는 개인적으로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를 다루는 평화운동을 하게 되었는데 평화운동이 너무 즐거웠지만, 북핵 실험이 일어나고, 남북 관계가 힘들어져도 할 수 있는 것이 “촛불을 듭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맙시다”라고 밖엔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고민 중에 최태욱 교수님께서 정치경영대학원을 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학하게 되었는데, 그 때 학부 때 공부했던 정치제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복기하면서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 중에 연구소 차원에서 비례대표제 확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고, 나도 나만의 평화운동으로 비례대표 운동 해야겠다 생각해서 2011년 3월부터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밑바탕이 되어왔었고, 모태신앙으로 고3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어떻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되나 고민하면서 따라가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더보이스 : 현재 활동하는 PR포럼은 한국에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금까지의 활동과정과 그 성과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김경미 : PR포럼은 독일식정당연구비례대표제, 혹은 한국 상황에 최적의 제도라 생각합니다. 이 제도는 선거제도 개혁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모범답안입니다. 작년 초부터 준비해서 11월 1회 PR포럼 국회에서 개최했고, 민주통합당 천정배, 새누리당 원희룡,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이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특정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정하게 게임을 하고 지지받은 만큼 의석을 가져가자는 것입니다. 선거제도의 의해 어떤 그룹은 과대 대표되고 또 다른 그룹은 과소 대표되는 현실을 수정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진보, 보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어느 특정 그룹의 정치적 쟁점이 되면 곤란한데, 이는 국민적 지지가 있어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보수 여당, 합리적 보수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PR포럼에는 청년당, 녹색당 등 청년 그룹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런 청년그룹들이 미래에 자신들이 뛰어놀 판의 게임의 룰을 미리 정하는 것, 청년들이 이를 역동적으로 바꿔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현재 5월 PR 2012 캠페인 팀원 모집 중에 있으며, 19대 국회 개원 후 비례대표제 확대를 지지여부 서명을 통해 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파악 후 기자회견을 하고, 7월 3회 PR포럼을 기점으로 대선 때 대선공약채택운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현재는 이를 위해 부지런히 청년들, 선배들 등 여러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더보이스 : 원희룡 의원과 같은 소장파 외에 새누리당은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 대해 새누리당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요?

 

 

김경미 : 새누리당은 이미 현재 1위 다수대표제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당론 채택은 안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새누리당에도 합리적 중도가 많고 그 분들은 새누리당의 수구보수 세력엔 매우 갑갑함을 느껴온 것이 사실입니다. 원희룡, 남경필, 지금은 탈당했지만 김성식 같은 분들이 그렇고, 김성식 의원을 중심으로 했던 민본21 그룹이 그렇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과소 대표되었던 소수정당 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 합리적 진보도 과소대표 되어온 것입니다. 만약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수구보수에 포획되어 왔던 합리적 중도들도 자기들의 목소리를 찾을 기회가 올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그 분들도 비례대표제 확대 운동이 본격화되면 지지그룹이 되어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보이스 :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 대해 좀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제도가 한국의 선거제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의회정치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김경미 :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1인 2표제로 지역후보와 정당에 투표를 합니다. 반면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정당에만 투표합니다. 지역 대표성과 정당 투표 두 가지 다 포용할 수 있는 게 좋은데, 이것이 독일식입니다. 우리나라는 300석 중 54석이 비례대표제이며 병립식입니다. 독일은 이 비율이 1:1로 연동식입니다. 한국 유권자 경우, 정당 투표는 54석 안에서만 나누고 나머지 246석은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합니다. 독일식은 정당 투표율을 토대로 당선된 지역구 후보자를 선출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A정당이 100석 중 30% 정당 득표율 얻었다면 총 30석이 배정되며, 이 중 지역구 당선자가 25명이라면 나머지 5석은 비례대표에게 주는 것입니다. 뉴질랜드 녹색당 같은 경우 2011년 총선에서 지역구에서는 한 명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지만, 정당득표율이 총 11%가 넘어 비례대표 14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정당 선호도와 지역 대표성 둘 다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매우 예외적으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할당된 의석수보다 지역구에서 1위 당선자가 더 많아서 초과의석이 발생할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인정합니다. 비례대표제에서는 지지율과 의석율이 일치하기 때문에 과대대표, 과소대표 문제가 해결되고, 이를 통해 노동당, 녹색당과 같은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국회에 진출할 기회가 많아집니다.

 

 

더보이스 :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 총수가 1명 늘어나면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만일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현재 지역구에 일대일로 대입해도 492명의 국회의원을 뽑게 됩니다. 무려 2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이 늘어나는데, 이 부분을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요?

 

 

김경미 :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총수를 그대로 두고 지역구 의석을 줄이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 수만큼 국회의원 총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국회의원들의 저항이 클 것이고, 두 번째는 국민들의 저항이 클 것입니다. 둘 다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지난 1, 2회 PR포럼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참여연대, 민변 등 주요 시민단체들은 비례대표를 늘린다는 조건이면 의원 총수를 늘이는 것을 지지하겠다고 말합니다. 시민사회 내에서는 비례대표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비례에 맞춰 볼 때 국회의원 수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OECD 국가들은 인구 비례에 따른 국회의원 적정수보다 오히려 더 많게 뽑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법부인 국회가 다뤄야 할 일은 많은데 이를 처리하는 의원, 보좌관 수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총수를 늘리자고 하면 국민들의 반감이 클 수 있으니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불필요한 혜택을 줄이는 형태로 이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좀 줄여 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더보이스 :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소수정당, 계급정당, 혹은 정책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으로 5% 이상의 정당득표를 얻거나 선거구에서 3인 이상이 당선되어야만 비례대표를 배정받게 되는데,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 비례대표 당선자를 낸 4개 정당(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을 제외하면 정당 해산 기준인 2%를 넘은 정당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독일과 달리 이념적 제한에 갇힌 우리나라의 경우 비례대표제 확대가 다양한 정치세력의 의회진출에 효과가 있을지 조금은 의문이 드는데요?

 

 

김경미 :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1위 다수대표제에서 발생되는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합니다. 현 제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1등만 뽑는 것이고, 사표가 될까봐 소수정당에 투표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좁은데다 사실상 거대 양당제로 굳어져 가는 형태이고, 여야가 다 보수적이라는 한계 상황이 전략적 투표제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독일식 제도를 도입하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된다는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내 표가 사표가 안 된다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습니다. 독일은 문턱조항이 5%지만, 그것을 우리가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저 생각에 아마도 우리가 독일식 정당명부제나 전면비례대표제를 가지고 있었다면 작년에 국참당, 민노당, 진보신당이 통합진보당으로 통합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위의 세 당은 사실상 통합진보당은 화학적 결합 어려운 정당들의 조합입니다. 정당 활동은 자기 정체성에 맞아야 하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종교 활동과 유사한데,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버려야 했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생존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나라 소수정당에게 계속 강요되어 왔던 것입니다. 그게 이번의 진보신당, 녹색당, 청년당이 겪은 일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당이 끝까지 자기 정체성을 지키고, 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비례대표제 확대 운동이 필요한 이유를 주었다는 의미에서, 또 청년당, 녹색당의 출현은 국민들에게 전략적 투표가 아닌 스스로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할 수 있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미 선임연구원 "1등만 뽑는 것은 문제, 내표가 사표가 안된다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어야" ⓒ더보이스 서경미

 

 

 

더보이스 : 이념적 스펙트럼이 좁은 한국의 경우에 국민들이 먼저 이념적 자기검열 때문에 선택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김경미 : 독일이 다양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일이나 우리나 다양성에 대한 태도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좁게 만드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좁다고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분위기가 문제입니다. 민노당의 위헌소송을 통해 2004년 총선부터 현재의 1인 2표제가 가능해졌습니다. 놀라운 것은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받은 지지율이 16.71%였습니다. 우리의 이념 스펙트럼이 정말 좁았다면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록 이후에 민주노동당이 계속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지지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어쨌든 제3정치세력,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요구는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해 왔습니다. 우리의 이념 스펙트럼이 좁은 것이 아니라 제3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욕구를 받아낼 선거제도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열망이 반영되지 못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더보이스 :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정부형태가 대통령제고, 독일의 경우 의원내각제라는 것도 그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통령제는 권력분립을 통해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행정부에 종속된 경향을 갖고 있어서 독일과 같은 의회정치의 역동성을 갖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개헌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김경미 : 대통령제와 비례대표제가 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개헌, 권력구조개편까지 가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처럼 결선투표 형태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처럼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 논의가 연동될 수밖엔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PR 2012 캠페인도 1차로 비례대표제 확대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서명운동, 2차로 대선후보 공약채택운동을 계획하고 있고, 내년에는 PR 2013으로 비례대표제 확대와 개헌까지를 포함한 국민투표 붙이기 운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87년에는 직선제에 방점이 있었고, 이때의 모델은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현재의 1위 다수대표제인데, 1위 다수대표제는 한마디로 말해 1등만 당선되는 선거제도, 즉 승자독식형 제도입니다. 그런데 1위 다수대표제보다 비례대표제를 갖고 있는 나라가 더 많습니다. 어느 국가든 정치제도와 경제시스템이 서로 맞물려 있는데 승자독식형의 경우 기득권이 계속 기득권을 유지하게 합니다. 비례대표제의 경우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합의의 정체가 제도화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수 정당과도 연정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정치제도에 반영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서민 친화적 경제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개헌논의는 당장의 권력구조개편 논의 보다는 87년의 직접투표 열망이 정치적 민주화로 성취되었다면, 최근 가장 화두로 내세우는 복지, 경제민주화를 성취하기 위해 앞으로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택할 것인지, 그리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필요한 정치제도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맥락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이 선거제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당장 실현되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질문하며 잡고 가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더보이스 : 4.11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선언과 함께 발표한 공동정책합의문을 보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한 선거제도의 혁신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독일식 정부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민주당과의 통합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야권이 선거에서 패함으로 인해 합의한 선거제도의 혁신을 이행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 어떤 식의 활동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있는지요?

 

 

김경미 : 노회찬 의원이 말했듯이 진보정당의 존립을 위해서도 독일식 선거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지만, 지금은 애매한 상황입니다. 민주통합당도 명분은 있지만 기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수혜자인 통합진보당은 정당 민주주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례대표제 조작 파문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히려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시민들이 정치계를 압박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하지 않게 가야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PR청년포럼 친구들끼리 정치권에 너무 기대지 말고, 우리들이 시민들을 견인할 방안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더보이스 : 총선에서 정당투표 득표율 2% 미만을 기록한 정당은 해산되며, 해산된 정당의 명칭은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당해산의 위기에 처한 녹색당, 진보신당, 청년당이 이미 위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거 정당법이 개정되기 전에 9개 지역구에서 당원 30명씩 270명이면 창당할 수 있었던 것도 개정 이후 5개의 광역지역에서 천명씩 오천 명의 당원이 있어야 창당이 가능해 창당 과정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당 창당부터가 문턱이 높다고 정당 유지는 더 어렵다는 비판이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노력들이 있는지요?

 

 

김경미 : 투표율 2% 미만 정당을 해산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녹색당의 경우도 지역구 1000명씩 모으는 게 힘들었다고 합니다. 창당과정 자체가 용이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불만이 생기면 정당을 만든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해적당, 독일의 녹색당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특별히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선거제도 때문입니다. 단일 이슈라도 국민의 마음과 생각을 얻으면 시민들이 표를 주고 표가 국회의석으로 전환되는 게 용이해집니다. 국민들의 사회적 불만이 정당, 제도권으로 빨려 들어가서 순환될 수 있게 정당창당 과정 자체가 용이해져야 합니다. PR청년포럼이 프레시안에 기획연재 하고 있는 “청년 정치 개혁을 말하다”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스웨덴에서 공부한 친구가 스웨덴 선거제도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우리나라는 1등한 당이 정당지원금이 제일 많은 반면, 스웨덴은 반대로 꼴등한 당에게 정당지원금이 가장 많이 돌아간다고 합니다. 소수정당들이 존속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1등이 가져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약자와 소수의견들이 사장되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스웨덴 기득권이 착해서 가능했던 게 아니라, 제도가 그런 사람들을 견인해가는 역할이 큽니다. 스웨덴은 비례대표제가 일찍부터 도입되었습니다. 소수정당들이 정당 존립을 위해서 정당지원금과 관련한 법을 입법화 하지 않았을까요? 투쟁의 결과로 얻어낸 것입니다.

 

 

더보이스 : 과거와 달리 기독인들 안에서도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기독당 등으로 인해서 기독인들의 정치참여가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에 투영되는 문제점도 보게 됩니다. 기독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지요?

 

 

김경미 : 개인이 가장 원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참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독인 중에도 다양한 생각과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다만, 기독당의 출현과 정책은 황당했습니다. 정당은 공익을 추구하고 사회 문제를 풀기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기독당의 정책은 교회 세금 낮추는 것과 같은 사익 추구 일색이었습니다.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기독교인이 상식적 수준에서라도 사회적 의식을 갖추었다면 기독당이 나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정책을 들고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상식 이하의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보면, 기독교 집단이 사익추구 집단이 된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는 정의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하는 교회가 개교회주의, 개인주의, 사익에 초점이 지나치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 한국교회의 아픈 현주소인 것 같습니다.

 

 

교회개혁운동을 하고 있진 않지만, 밖에서 사회, 정치 운동하는 기독인들 많이 만납니다. 이들은 교회가 자신이 뛸 운동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바로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교회 내에서 씨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교회 내에서 사람들을 깨우고 견인하는 역할을 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뛰는 등 각자 역할에 맞춰서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각자 역할분담을 잘 해야 합니다. 비례대표제가 실현되어 기독당이 원내 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은 결국 자연 소멸하게 될 것입니다.

 

 

더보이스 : 동일한 신앙고백을 하는 신앙공동체에 속해 있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사회보다 교회 안에서 정치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훨씬 더 어렵고 위험하게 보입니다. 교회 안에서 정치적 이슈들을 다룰 수 있는 좋은 모델이 존재하는지요?

 

 

김경미 : 결국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의 문제인데. 핵심은 ‘태도’인 것 같습니다. 보수라고 다 나쁘고 진보라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성인이 되면 보수나 진보를 선택하게 되는데, 생각을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바꾸려고 하기에 어려운 것입니다. 생각이 달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생각이 일치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보수, 진보가 계속 충돌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공격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어 승복시키려는 태도 때문입니다. 과거 민주화를 겪으면서 진보의 경우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야 했습니다. 특히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군부독재라는 경험이 보수와 진보 간에 극한적인 대립을 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교회는 이런 갈등과 대립을 훈련하기에 좋은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은 자기 입장을 가지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교회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쳐서 따로 떨어지지 말고 함께 가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가는 방법은 달라도 지향하는 바가 같으면 함께 협력할 수 있습니다. 진보, 보수가 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각기 달라도, 우리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지향점은 같기 때문에 협력할 수 있는 최소 지점을 찾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다르지만 하나님이 계시기에 하나 될 수 있는 것이 교회입니다. 연약한 자를 용서하고 포용하는 인격적 훈련도 교회에서는 가능합니다. 이렇게 성품훈련이 된 기독인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데, 소금끼리 뭉쳐있으면 안 됩니다. 세상과 사람들을 구원의 대상으로 보되 무조건 죄인으로 치부하고 스스로의 선민사상에 도취되기보다, 이를 극복한 청년 크리스천들이 한국사회의 귀중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PR포럼을 해오면서 열린 마음을 가진 친구들, 다른 사람에 대해 포용할 줄 아는 친구들이 비례대표제운동에 동의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기독 청년들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토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가능성이 교회라는 공간을 통해 성숙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한받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PR청년포럼에서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지가 많이 되고 참 좋습니다. 비례대표제 확대운동에 기독청년들이 많이들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보이스 :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독일의 경우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는데, 이를 흔히 독일식 정당명부제라고 한다. 독일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배출하고, 선거권자는 지역구 의원과 지지 정당에 각각 투표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정당의 지지율에 따라 고정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반면, 독일의 경우 선출된 지역구 의원과 정당 지지율에 따라 전체 의석이 변동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전국구)의석수를 각 1:1로 하고, 먼저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를 정한 후, 지역구에서 당선된 정당후보자를 뺀 나머지 숫자를 명부 순서에 따라 의석을 할당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총수가 100명이라고 할 때, 지역구의원을 50명, 비례대표를 50명으로 하고, A당이 정당투표에서 40%를 득표하고, 50개 지역구 중에서 26명의 당선자를 내었다고 가정하면, A당은 [100(총의석) * 40%(정당득표율) - 26(지역구 당선자) = 14]명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내는 방식이다. A정당은 지역기반이 강하여 지역구에서 52%의 의석을 얻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비례대표를 할당받은 것이다.

 

이 제도는 지역기반이 약한 반면 계급·계층에 기반하고 이념과 정책 실현을 지향하는 정당들의 출현과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지역정당체제를 개선할 수 있다. 다수 대표제나 소수 대표제의 사표 문제와 투표 가치의 등가성 문제를 보완해 각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하는 대표자를 공평하게 선출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소수 정당에 대한 대표성을 보장하고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 반면 선거 직전 정당을 급조하여 비례대표제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 독일의 경우는 환경, 문화 등의 전문영역별로 비례대표를 모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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