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심상정 안’이 매력적인 이유
많은 사람이 ‘국민의 명령 민란운동’ ‘빅텐트론’ ‘민주진보대통합론’ 등이 어떠한 고뇌와 충정에서 나온 것들인지 이해하고 그 취지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개혁진영에 속한 이들 모두가 통합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와 같이 통합보다는 연대가 정도라고 보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통합론의 규범적 문제로 흔히 지적되는 것은 크게 다음 두 가지다.
첫째, 통합의 목적이 다소 궁색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반한나라당 혹은 반MB 단일정당으로 뭉쳐 정권을 교체하자는 것인데, 그것만으로 무엇이 어떻게 좋아질지에 대해서는 당최 알 길이 없다. MB 혹은 한나라당의 집권만 아니면 민생, 민주, 평화의 문제는 절로 해결된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통합정당이 지향하는 바와 그 실현 방안을 명확히 제시해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통합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최우선 과제인 정당정치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은 주요 사회·경제 세력들의 이익과 선호가 정당에 의해 대표되고 대변된다는 데 있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그러하듯 한국의 사회·경제 구조도 최소한 셋 내지 넷 정도의 유력 정당들로 구성되는 다당제를 요구하고 있다. 2004년의 비례대표제 부분 도입 덕분에 그나마 진보정당의 제도권 진출이 가능해졌는데, 이제 와서 보수 혹은 중도 양당제로의 역주행을 강요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것은 특히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당의 대표 기능을 약화시킬 뿐이다.
통합효과 낼 수 있는 연대 방안
물론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은 다른 통합론들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작금의 시대적 요청인 복지국가 건설을 공동의 지향 가치와 목표로 놓고 그를 중심으로 통합하자는 것이므로 위의 첫째 문제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안이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다수파 전략을 취해(실질적인 양당제 구도하에서) 집권하자는 것이라면 여전히 두 번째 문제는 과제로 남는다. 복지국가 정당이라고 해서 중도와 그 왼쪽에 포진해 있는 다종다양한 사회·경제 세력 모두를 적절히 대표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결국 통합보다는 다당제 틀에서의 연대로 가야 마땅할 듯하다. 그러나 규범적으로는 그렇더라도 현실적으로는 가치 중심의 연대 혹은 선거연합이 성사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특히 총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같은 당도 아닐진대 협상을 통한 후보 단일화 작업이 어디 그리 쉽겠는가. 그렇다면 통합 효과를 낼 수 있는 연대 방안은 없을까? 그리고 기왕이면 그것이 복지국가 건설을 촉진하는 효과까지도 내게 할 수는 없을까? 이 해법 마련의 실마리를 이른바 ‘노회찬-심상정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올해 벽두에 진보와 민주 양 세력이 2012년의 연립정부 구성을 목표로 연대해가자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를 받아 같은 당의 노회찬 전 대표는 최근 ‘페이퍼 정당’의 설립을 통한 양 세력의 선거연대 전략을 설파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가설정당을 세워 진보개혁진영이 한시적이나마 단일정당 형태로 모일 경우 국민참여경선에 의한 후보 단일화 작업도 용이해지며, 따라서 민주진보 연립정부의 탄생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복지동맹’ 격의 가설정당 세워야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가설정당의 ‘복지동맹’적 성격이다. 노회찬 전 대표는 비례대표제의 강화와 노동시장 등 1차 분배구조의 개선을 가설정당 구성원들의 공동 목표로, 즉 연립정부의 공약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결국 가설정당 단계를 거쳐 ‘복지국가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제도적 특징 두 가지가 바로 정치시장과 노동시장의 민주화를 견인하는 비례대표제와 사회적 합의주의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두 핵심 제도의 도입과 발전을 진보개혁진영 공동의 노력으로 성사시킴으로써 보편적 복지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자는 구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어찌 매력적인 구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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