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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기획연재

우리에게 필요한건 '슈퍼스타 K'가 아니다 (이지윤/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 2012-02-20 프레시안)


PLAY 소속으로 활동했던 이지윤(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양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 슈퍼스타K로 보는 청년 비례대표제, 그것이 궁금하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슈퍼스타 K'가 아니다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그가 국회로 가면 청년문제 해결될까?

기사입력 2012-02-20 오전 11:21:36


뽑을 수 있는 건 다 경쟁시켜!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

TV를 켜면 디자이너, 모델, 가수, 연기자, 아나운서 등등 뽑을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오디션을 보고 서바이벌로 떨어뜨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디션을 통과하기만 하면 오랜 무명시절을 뛰어넘어 단숨에 스타가 될 수 있으니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지만, 이제는 잘나가는 기성가수들마저도 경연을 통해 경쟁하고 누군가는 떨어진다. 신진으로 진입하려는 이부터 이미 중진으로 인정받는 사람들까지 경쟁하고 1등을 가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다.

이러한 대세의 흐름에 합류하고자 민주통합당에서는 청년비례대표를 '슈퍼스타 K' 방식으로 선발한다. 예비 후보자들은 동영상, 정책에세이, 심층 면접을 거친 후 '청년 정치캠프'에서 경선과정을 거친다. 경선결과, 최종 16인에 들게 된 예비후보자들은 청년 선거인단의 투표를 통해 최종 4인이 결정되고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리스트에서 '당선권'에 배치된다.

나는 2등을 좋아해

내가 좋아했던 후보자들은 모두 최후의 1인, K가 되지 못했다. 그러니까 '슈퍼스타 K' 1에선 조문근을, 2에서는 강승윤과 장재인을, 3에서는 버스커버스커를 좋아한 나와 다른 팬들이 아무리 전화투표를 열심히 보아도 그들을 1등으로 만들 순 없었다.

청년이 지금 정치에 열정적으로 관심을 갖는 건 이와 비슷한 분노와 실망의 결과가 아닐까. 청년문제가 한 정치인을 지역구의 1등으로 만들어주지 못하기에 청년문제를 주로 외치는 국회의원도 없었고, 정당 내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지도 못했다. 일종의 사회적 약자인 청년의 목소리가 하나의 지역구에서 1등만이 국회의원이 되는 제도하에서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청년문제를 '1등'으로 대변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한다. 당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타정당의 당원도,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거나 정당 생리에 무지한 청년이라도 '1등'을 하면 우리당의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한다. '1등'을 한 청년들이 국회로 나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 민주통합당은 지난 5일 4.11 총선 청년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첫 일정으로 '락 파티(Rock Party)'를 열었다. ⓒ민주통합당



'슈퍼스타 K'가 국회로 간다면?


그렇게 청년을 대표하는 '슈퍼스타 K'가 뽑혀 국회로 가면 정말 청년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어떤 문제가 청년문제인지, 청년만의 문제가 존재하는지의 논의는 제쳐 두더라도 정당경험과 연고가 없는 국회의원이 입법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에 들어가는 경쟁이 '1등'을 다투는 경쟁이라면 국회 내부에서는 '과반수'를 누가 얻느냐가 중요한 경쟁이기 때문이다. K가 청년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입법안 100개를 내놓는다 한들,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러나 국회 입성 전 해당 정당에서의 경험과 이해가 없는 K는 당의 철학과 맞는, 당론과 방향을 맞춘 청년문제 해결안을 내놓기 힘들뿐더러, 당내에서 자신의 안을 지지해줄 의원들을 찾고 세력을 형성하기도 어렵다.

그럼 당의 철학이나 방향과는 조금 어긋날지라도 무조건 K의 해결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약속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땐 청년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아니다! 그런 기적이 일어나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기면 K의 입법안은 무용지물이 된다. 당이 299석 중 145석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면 당론으로 채택하고 밀어준다 해도 입법안이 통과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총선에서 이긴 새누리당이 등록금을 1년에 10%씩 올리겠다고 해도 그걸 '합법적으로' 막을 재간이 없다. 우리는 이미 한미FTA가 직권상정으로 비준되는 걸 봤다. 청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국회의원 K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몸싸움이나 장외투쟁 (어쩌면 수류탄?) 정도가 될 것이다.


기대와 실망의 반복, 문제는 K가 아니다!

K가 청년문제를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풀어가려면 ①정당의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 ②K의 정당에 대한 이해와 경험, ③소속 정당의 승리가 필요하다. 셋 중 하나라도 갖지 못한다면 'K도 어쩔 수 없군, 뭔가 바뀔 줄 알았는데...' 하는 실망이 이어지겠지만 이건 슈퍼스타가 아니라 슈퍼울트라초메가톤급 스타가 나와도 어쩔 수가 없다. 국회는 스타가 아닌 정당들의 리그고, 그 리그에서 과반수는 모든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치트키(cheat key, 게임의 유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일정한 프로그램)니까. 어느 한 편이 그 치트키를 쓸 수 없도록 룰을 바꾸지 않는 한 플레이어를 아무리 바꿔봐야 새로운 기대와 더 큰 실망의 악순환은 끝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에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슈퍼스타보다는 청년문제가 실질적으로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는 판이 필요하다. 정당이 청년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져야만 표를 얻을 수 있고, 국회 내에서는 과반수라는 치트키가 없어지는 그런 '판'.

어떻게 그런 판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비례대표제 확대라는 좋은 장치를 만났다. 비례대표제에서는 인물이 아닌 정당에 투표하기 때문에 청년문제와 같은 굵직굵직한 문제에 대해 정당이 가지고 있는 정책이 표로 이어진다. 게다가 지역구에서 4%의 지지율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지만, 비례대표제에서 4%의 지지율은 의석으로 이어지기에 비례대표제 확대 시 군소정당의 국회 진입이 쉬워지고 어느 한 정당이 과반수라는 치트키를 차지하기 힘들어진다는 장점까지 겸비한다. 정말 청년문제의 해결을 원한다면 판을 바꾸자,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


/이지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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