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layground/김경미

사표(死票)가 정말 사표(死票)가 되었나?

사표(死票)가 정말 사표(死票)가 되었나?



2008년 4월 9일, 18대 총선 전국 투표율 46.1%, 대한민국 정규 총선거 뿐 아니라 대선과 지방선거를 포함한 역대 전국 동시 선거 가운데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이었다고 한다. 17대 총선 투표율이 60.6%라고 하니 하~ 그럴 만도 하겠다. 

그래서일까? 이후 수많은 사건 ․ 사고들을 지나고 또 지나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가 발생했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고, 23명의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내 생애, 비록 인터넷 영상을 통해서였지만, 그렇게 생생하게, 그것도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경찰들에 의해, ‘일반 시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그 날 밤을, 진지하게 떠올릴라 치면 나도 모르게 멍~ 마음이 사인을 보낸다. ‘생각하지 말자~ 부탁이다. 응!!!’ 응...

낮은 투표율 때문이었나 보다. 아~ 그랬나보다. 그래서 미칠 듯이 투표장으로 달려갔다. 내 친구도 달려갔고, 나의 선생들도 달려갔고, 나의 부모들도 달려갔다. 아! 나랑 별로 사이 안 좋은 사람들도 다 달려갔다. 민주주의 시민들의 유일한 정치적 무기라는 “표”를 재탈환해오기 위해 달려갔고, 행여나 겨우 뺏은 그 무기를 뺏길까봐 또 달려갔다. 그렇게 서로들 달려가고 달려갔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라도 투표율이 높아지면 좋은거니까. 그럼 살 수 있으니까. 암튼 그래서일까.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 투표율 54.5%, 지방선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었다고 한다. 와~ 다행이다. 휴~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 결과

  - 광역단체장 : 한나라 6, 민주당 7, 선진당 1, 무소속 2
  - 기초단체장 : 한나라 82, 민주당 92, 민주노동당 3, 무소속 36 
  - 서울구청장 : 한나라 4, 민주 21
  - 광역의원 : 한나라 288, 민주 360, 선진 41, 민주노동당 24, 진보신당 3, 무소속 36
  - 기초의원 : 한나라 1,247, 민주 1,026, 선진 117, 민주노동당 115, 진보신당 22, 무소속 305
  


지방선거를 대선처럼 치렀다. 하악하악~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제 그런 일은 없겠지? 머리가 멍해지고, 명치끝이 아파오는 이상한 증세가 발생할 일은 없어지겠지? 

그리고 2011년 2월 1일 구제역으로 인해 소·돼지 300만마리와 닭-오리 541만마리가 살처분되었다. 그와 함께 자식 같은 자식들을 통해 자식들의 미래를 만들어가던 그들의 꿈도 죽었다. 아니 죽기 일보 직전이다. 자식들도? 학자금 대출과 실업의 위기 속에 죽기 일보 직전이다. 그리고 2011년 2월 8일, 시나리오 작가 겸 연출자인 최고은 작가가 죽었다. 나보다 어린 친구가 쌀과 김치가 없어, 병원만 가면 나을 수 있는 병을 치료를 못해, 그것도 차가운 방에서 ‘얼어 굶어’ 죽었다. 2011년이다. 지방선거이긴 하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대거사를 치룬 지 8개월하고도 6일 뒤 죽었다. 역...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특표율이었는데. 그... 그것도 야... 야권이 이겼다고 하는데... 

2011년 4월 1일, 위의 질문이 채 풀리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4대강 사업이 착공된 이후 사망한 “15번째” 건설노동자시라고 한다. 첫 번 째 아버지가, 두 번째 아버지가, 세 번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마치... 계주 바톤을 이어받듯 열 다섯 번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니, 죽었다. 

투표율이 부족했던걸까? 아! 마침 선거가 있지. 2011년 4월 27일, 다시 미칠 듯이 선거를 치렀다. 우리 동네에선 선거가 없어 직접 표를 던지진 못했지만, 아침마다, 저녁마다, 오고가는 차 안에서 기도했다. ‘투표율아 올라라~ 너가 올라가면 내 친구가 산다. 내 아버지가 산다. 제발제발 올라라 와! 올랐다. 분당을 49.1%, 김해을 41.6%, 순천 41.1%, 강원 47.5% 해서 재보궐선거 투표율 평균 39.4%, 2000년 이후 치러진 재보궐 선거 중 3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라고 한다. 아! 살았다. 

그런데 2011년 5월 10일, 15번째 쌍용자동차 해고노조원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아니... 죽었다. 사망했다는, 누군가의 죽음을 표현할 때면 지극히 평범하게 사용하던 말이 여기선 너무 고상해 보인다. 그 분은 죽었다. 

사표(死票)가 정말 사표(死票)가 되었나? 내 표는... 용산의 아버지, 고은이 동생, 강 옆에서 밤새 포크레인을 움직이시던 아버지,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당하셨던 아버지, 그 분들 몫까지 더해서 던졌던 내 표는?

내 표도.. 사실은... 죽었나? 그랬나?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