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줄어들면 좋은 정치되나? 특권은 줄이고 일꾼은 늘리고!
- 조성주 PR청년포럼 기획위원
지난 5월 30일 19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아직 여야가 개원합의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여당의 압도적 우위로 시작된 18대 국회가 끝나고 야당의 근소한 열위로 시작된 19대 국회는 올해 대선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까지를 거치며 한국사회의 중요한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새로운 국회시작 즈음에 매번 반복되는 논란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특권’에 대한 비판과 적당한 수준의 자성의 목소리들이다. 이번 19대 국회 시작즈음에도 여지없이 약 200여가지에 달한다는 국회의원들의 각종 특권에 대한 비판이 언론과 SNS등에서 거세게 일었다. 물론 그 중에는 행정부를 감시해야하고 입법권을 담당하는 입법부로서의 국회와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정당한 활동을 폄하하거나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도 없지는 않다. 실제 SNS상에 돌아다니는 ‘국회의원의 특권 200가지’라는 목록 중에는 특권이 아니라 입법부로서의 정당한 권리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행정부의 과도한 권력남용에 대한 비판이 그 어느때 보다 거셌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입법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조금 어색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백보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특권들은 국민정서상에도 그리고 실제 입법활동의 여부에 비추어보아도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철도 등의 무료이용이나 3,000만원에 달하는 차량유지비 지원, 헌정회 연금 등이 대표적인 불필요한 특권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국회의원 특권>
특권 |
금액 |
국회의원 세비(의정활동비 포함) |
연간 1억 4,689만원 |
의원회관 운영비, 차량 유지비등 |
연간 5,179만원 |
국회의원 연금(65세 이상 전직 의원) |
월 120만원 (1년 예산 약 120억) |
상임위원장 판공비 |
월 1,000만원 |
문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비난하고 나아가 이를 폐지하면 한국정치가 좋은 정치로 변모할 수 있는가이다. 야권지지자들이 줄기차게 이명박 대통령을 씹고 비아냥거려도 정작 좋은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정치는 욕한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만큼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참여하는 만큼 변하지 못하는 정치제도에 더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의 특권문제도 이런 측면에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특권을 폐지하면 좋은 정치가 되나?
사실 국회의원들의 다수는 충분히 상위계층이다. 그들은 이미 수십억, 수백억의 재산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특권이 없이도 충분한 사회적 특권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편 역설적으로 이정도의 재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 국회의원의 다수가 되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기도 하다.
<19대 국회의원 정당별 재산규모>
정 당 |
평균 재산규모 |
새누리당 |
43억 4,900만원 |
민주통합당 |
12억 6,900만원 |
자유선진당 |
56억 3,000만원 |
통합진보당 |
2억 4,100만원 |
무소속 |
7억 9,900만원 |
전체 평균 |
28억 4,700만원(정몽준 의원 제외) |
실제 19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규모를 들여다 보면 재산이 2조원에 달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하고도 평균 28억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28억원의 재산이 있다면 사실 국회의원 특권으로 제기되는 차량유지비나 통신요금 지원, 각종 교통수단 무료이용 등이 없어도 이들은 별 상관이 없다. 그런 특권이 없어도 충분히 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입법권을 활용하여 세상을 움직일 수 있기에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고 그 이면에는 수없이 복잡한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인 즉슨 특권을 폐지하는 것은 좋은 정치를 만드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200개에 달한다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2조원 재산을 가진 정몽준 의원이 친노동 의원으로 변할리 만무하고 진보신당의 청소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순자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원의 재산을 가지고서도 또 과도하게 누리는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권위를 폐지하고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특권을 폐지하는 과정을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밑거름으로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건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정치를 위한 비례대표제 확대의 어려움
한국정치가 좋은 정치로 변하기 위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과 관련자들은 한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로 ‘비례대표제’ 확대를 꼽는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비례대표제에 안 좋은 인식이 늘어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비례대표가 충분히 확대되었다면 소수파의 비례대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경쟁의 과열도 막을 수 있다. 한편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목소리를 정치에 더 잘 반영하도록 기능하며 신생 정치세력의 출현도 손쉽게 한다. 즉, 녹색당, 청년당과 같은 새로운 정치실험들이 원내에 진출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의미다.
한편 아주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것, 특히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정치권력 구조의 재편을 논하는 동시에 경제권력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비례대표제가 확대된 정치구조에 있는 국가들이 평등, 분배 등이 더 잘 작동하는 경제구조를 만든다고 한다. 스웨덴이나 독일 등의 비례대표제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입을 모아서 이야기하는 ‘비례대표제 확대’가 현실에서 가능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지 못하고 정작 비례대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19대 총선직전 여야는 선거구 개편의 차원에서 합의로 국회의원 숫자를 단 1명 늘렸을 뿐이나 이에 대해서 국민들은 엄청난 비난과 냉소를 보낸바 있다. 이러한 분노와 냉소의 근저에는 앞서 언급한 국민들의 생활과 동 떨어진 활동을 하면서 특권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다. 특권과 부패로 얼룩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정당하나 한편에서 그러한 분노가 한국 정치의 개혁과제인 비례대표제 확대를 막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작 의원정수가 적절한 규모로 확대되고 그만큼이 비례대표가 확대되어야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원,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고 바로 이들이 배제된 자들,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자, 청년, 여성, 이주노동자 등 더 많이 배제된 자들, 더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좋은 정치라 할 수 있다.
특권은 줄이고 일꾼은 늘리고
그런데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고 그 분노의 근간이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혐오라면 오히려 국회의원들의 불필요한 특권을 폐지하는 만큼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떨까? 특권은 줄이고 국민을 위한 진짜 일꾼은 늘리자는 말이다.
실제 다수의 정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한국의 국가규모에 적절한 국회의원 숫자는 인구수의 ‘세제곱근’보다 조금 많은 약 400여명이라고 한다.
<세제곱근 법칙과 실제 의석수 비교>
국가명 |
실제의석수 |
세제곱근수 |
차이 |
스웨덴 |
349 |
207 |
142 |
핀란드 |
200 |
173 |
27 |
덴마크 |
179 |
175 |
4 |
그리스 |
300 |
220 |
80 |
영국 |
659 |
391 |
268 |
이탈리아 |
630 |
386 |
244 |
프랑스 |
577 |
391 |
186 |
독일 |
598 |
437 |
161 |
일본 |
480 |
503 |
-23 |
미국 |
435 |
655 |
-220 |
한국 |
299 |
364 |
-65 |
출처: CIA, World Fact Book 2002 (재인용: 서복경, “한국 선거제도의 특성과 변천과정”, 『입법정보』제100호, 2003)
현재 국회의원 숫자가 300명이니까 약 100여명을 늘려야 적정한 국회의원 숫자인데 이 늘어나는 100명의 국회의원을 비례대표제 확대로 하고 그에 걸맞게 국민들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특권들을 줄이는 것이다. 일례로 각 의원들에게 제공되는 차량유지비를 없애고 연 1억5천만원 규모의 의원세비를 1억원 정도로 조정하고 국회의원 연금만 폐지해도 40여명 정도의 비례대표 확대가 가능하다. 상임위원장들에게 제공되는 월 천만원 규모의 판공비와 해외시찰 국고지원이나 수당 등을 조정하면 이 숫자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될 수만 있다면 국민적 비난을 초래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제한하면서 한국 정치개혁의 최대과제인 비례대표 확대를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 잘 반영되고 신생 정치세력이 정치의 활력을 불어넣는 정치개혁이 가능하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꿈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일꾼은 늘어나고 혐오하는 특권은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지난 몇 개월간 정치개혁운동을 고민하는 각 청년단체들은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PR포럼 등과 함께 비례대표제 확대운동을 위한 워크샵과 논의를 해왔다. 한국정치의 미래주역인 청년들이 비례대표제 확대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정치개혁운동이 학자들의 담론을 넘어 국민적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정치개혁운동이 국민적 운동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과 대안에 대한 제시가 함께 되어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특권폐지 비례대표제 확대’를 대중적 운동으로 진행할 고민하고 있다.
국회가 시작하기도전에 일어난 각종 논란들로 인해 그 어느때 보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큰 19대 국회다. 또한 연말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히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일반에 대한 냉소와 욕설로는 좋은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권에 대한 분노가 대안을 위한 열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건설적 에너지로 돌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이것이 2012년 비례대표제 확대운동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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