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구조의 '중앙집중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제도개혁이 꼭 필요하다. 정권교체를 넘어 제도개혁으로 가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제'의 관심이 커져야 한다"
결선투표제에 대하여 관심을!
저에게는 오래된 노트북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프로그램이 쌓여가다보니 속도도 느려지고 작동을 하지도 않는 등 너무 불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포맷을 새로 했습니다. 우리 정치도 포맷을 새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지요. 현시점에서 정치개혁은 마치 수백개의 바둑돌들이 이미 놓여진 상태에서 새로운 ‘수’를 선택하는 문제와 같습니다. 당연히 이미 놓여진 돌들을 잘 살펴야 할 것이고, 먼저 두어야 할 ‘수’와 나중에 두어야 할 ‘수’를 잘 선택해야 겠지요. 주체적인 역량상 가능한가 여부도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한반도 땅 위의 정치공동체의 특징은 ‘중앙집중성’에 있다고 봅니다. 봉건시대에도 그러했고, 일제와 군부독재를 통하여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정치권력, 경제력, 문화적 가치, 학문의 권위, 예술활동 등등. 그래서 ‘빌어먹어도 서울로 가야 얻어먹을게 있다’라고 할 지경입니다. 집중된 힘의 핵은 대통령입니다. 87년 ‘직선제민주화’는 힘의 핵인 대통령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약간 넓혀준 것일뿐 ‘집중성’의 구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누가 차지하느냐, 어떤 세력이 차지하느냐는 사활적 이해의 문제입니다. 죽기 살기식의 패싸움을 피할 길 없습니다. 이러한 정치 부실의 해결방안으로 인물교체, 정권교체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인물교체율은 세계최고이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제도개혁입니다.
대통령 4년중임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주기일치, 국회의원 비례대표확대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동의합니다. 그러나 개헌이 필요해서 성사 가능성은 회의적입니다. 개헌논의는 정말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87년 헌법이 발효되자마자 개헌논의가 나왔으니 25년되었습니다. 분권형대통령제, 내각제, 부통령제, 4년중임제 등 권력구조와 관련된 것을 비롯하여 좁게는 각종 기본권 조항, 사법부, 경제조항, 남북관계에 관한 것과 양원제, 연방제 등 나라의 근본틀을 바꾸는 것까지 내용도 굉장히 다기합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개헌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장 산하에 기구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습니다, 비록 파기되긴 하였지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조건중에 개헌이 포함되었습니다. 마찬가지 결과입니다. DJP연합때 내각제 개헌 합의가 있었습니다. 안되었던 경험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례대표의 확대는 어짜피 4년후의 일입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데 놓치는 것은 없는지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의 長과 같은 獨任形 대의기관의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금 이 시점 우리 정치공동체의 현안은 ‘대통령의 선출’입니다. 국민의 의사가 잘 반영되고 모아지는 과정이어야 선거다운 선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단일화문제 때문에 정책에는 관심이 모아지지 않고, 국민들은 오히려 분열되고 있습니다. 지난 87년 이후 선거때마다 단일화는 빠지지 않는 현안이어 왔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부터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노력해 왔고, 현재 관련 법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짜피 대통령 제도를 유지할 것이면 향후에라도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선투표제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단일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나라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이번 대선 끝나고 1년 지나면 2014 지방자치단체선거국면이 됩니다. 지방의회의원보다 시장, 도지사등에 더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이들 대의기관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廣域長의 경우 잠재적 대통령후보의 위상을 가질 정도입니다. 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최근 자카르타 시장 결선투표로 선출하였습니다. 우리의 정치제도가 더 후진적인 점을 자각하여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먼저 검토되어야 할 개혁과제라고 봅니다. 시간적으로 선행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숫자의 축소냐, 증원이냐를 중심으로 한 최근의 논란은 시의성 없는 쟁점이라고 보입니다. 어짜피 4년 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무슨 결론을 내린다고 해서 4년후에 그대로 집행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인물교체, 정권교체를 넘어 제도개혁으로, 제도는 일의 순서에 급하고 가능한 일부터, 그래서 ‘결선투표제’ 도입에 더 많은 관심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