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와 '북유럽식 비례대표제'가 가진 긍정적 함의를 짚어주셨습니다.
정치제도, 혁명하지 않고 우리 미래는 없다.
작년 사립박물관 교육사 지원문제로 우리 회원들이 국회 문방위 의원들과 접촉한 일이 있습니다. 다행히 사립박물관협회 회장 지역구의원이 문방위 위원장이어서 쉽게 통과될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여당 의원만으로는 안 된다, 여당이 제안하면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고, 야당이 제안하면 여당이 무조건 반대해서 안 되니, 야당의 누구 유력한 의원 한 사람을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입니다. 약 30년 전에 국회에 분뇨 투척사건이 있었는데 작년에 철제 의자가 날아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한데, 그 오랜 세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수십 년 더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릅니다. 협의와 협약과는 거리가 먼 정치, 모든 판단의 기준이 무엇이 우리 국민을 위한 것이냐, 무엇이 옳으냐 그르냐에 있지 않고 무엇이 나와 우리 당에 이로우냐에만 있는 정치, 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정치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마지막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반도재단에서<김근태 당신이 옳았습니다.>라는 작은 책자를 발간했는데 그 안에 이런 글이 실려 있습니다. “미국식 모델보다 유럽식 모델이 우리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근태의장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힘이 없는 다수와 가진 것이 많은 소수가 대타협을 해 나가는 시스템이, 다른 그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유럽시스템에는 사회협의, 사회협약의 구조와 정신이 배어 있다. 그런 제도들을 통해 우리 사회시스템에 대해 논의를 함으로써 우리의 제도적 시행착오를 줄이고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한국 고유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스웨덴 ․ 덴마크 등 북유럽 사회 시스템을 보니 한국의 시스템으로도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앞부분에 “힘이 없는 다수와 가진 것이 많은 소수가 대타협을 해 나가는”이란 현재 우리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경제적 민주주의”와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김근태의장은 이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정치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여, 야, 안철수 세 대선후보가 현재 한 목소리로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지금 이 정치제도 하에서 선거가 끝나고 여당이 경제민주화 정책을 펴려 할 때 상대 야당이 과연 순순히 동의할까요? 어림도 없습니다. 절대 불가능합니다. 왜? 상대방의 제안은 무조건 반대해야 하니까요, 정치제도 개혁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제도를 개혁하지 않고는 경제민주화도 정의로운 사회도 국민이 행복한 나라도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김근태의장은 “사회협약, 사회협의의 구조와 정신이 배어 있는 북유럽 정치시스템이 우리에게도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북유럽정치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례대표 확대제도는 우리에게도 절대 필요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비례대표제에 대해 대단히 왜곡된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 알다시피 그동안 엉망으로 운영해온 결과죠. 그러나 북유럽식 비례대표제는 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북유럽식 비례대표제의 매력은 크고 작은 여러 정당에 국민이 직접 자유롭게 자기 소신과 신념에 좇아 투표하는 데에 있고, 그럼으로써 노동, 환경, 복지 등 여러 정당이 어엿하게 의석을 확보하고 협의와 합약의 과정을 거쳐 그들의 주장을 관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또 하나 큰 매력은 의회가 상시 5~6개의 정당으로 구성되어 과반을 넘는 정당이 없어 당간의 협의가 상시화 되어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정치제도개혁.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정치제도 개혁, 아니 정치제도 혁명을 하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