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정치에 실망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정치인은 그들에게 정치를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순기능을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자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청년들의 뜻을 반영하고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정치체제 도입을!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총선을 맞아 결성된 ‘표를품은청년’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장시원입니다. 이 자리에서 표를 품은 청년, 즉 한 명의 청년유권자로서 정치개혁을 말하고자 합니다. ‘정치’와 ‘청년’에 대한 저의 관점을 각각 말씀드리고, 이에 따른 정치개혁 방향을 제안하겠습니다.
먼저, 정치는 본래 중요하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가 충돌하고 조화되기를 반복합니다. 수많은 주체들의 가능성들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견 수렴, 판단 수립, 갈등 조정, 담론 형성 등의 여러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엄연히 정치의 역할입니다. 특히 한국의 헌법 체계에서는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정치가 중요합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를 욕하는 것도 원래 대의정치, 정당정치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정치를 ‘혐오’한다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정치를 ‘상실’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치라는 건 원래 중요한 건데, 우리 사회는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정치를 잃어버렸다. 이미 잃은 것을 다시 찾을 수 있겠냐’는 시각입니다. 물론 정치의 문제를 느끼고 정치 개혁을 원하는 긍정적 태도는 못 되지만, 정치가 아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태도와는 또 다릅니다. ‘정치를 통해 삶이 바뀔 수 있다/삶이 바뀐 것이 정치 덕분이다’ 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 보는 것이 절실합니다. 즉 시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키워가야 합니다.
다음으로, 지금의 청년들은 충분히 자립해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현대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인해 사회 진출의 준비기간, 유예기간이 길고 중요해졌습니다. 청년기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결정해나가지 못하면 결국 인생 전반을 제대로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험을 주체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립이 필요합니다. 자립은 생계를 스스로 꾸려나가는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정치적 영역, 경험을 스스로 찾아가는 문화적 영역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청년이라고 불리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은 대개 열악한 사회경제적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많은 청년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혹은 그마저도 의존하기 어려워서, 충분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제도를 통해 사회에 참여하면서 주체적 사고와 행동을 길러가야 하는데 앞서 언급했던 정치적 효능감이 없기 때문에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거듭 강조하자면 청년기의 목표는 온전한 성인 주체로의 성장입니다. 이 과정이 잘 안되면 결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음으로써, 사회 전체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의 처지가 열악해서 자립과 멀어질수록 다양한 경험이 어렵고 따라서 성장도 어렵기 때문에, 청년들의 구체적인 삶이 정치를 통해 제도에 반영됨으로써 청년들의 처지가 개선되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치를 바라보면, 청년들의 뜻을 반영하고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정치체제를 만드는 것이 한국 사회 전반에 기여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풍부한 경험 속에서 충분히 성장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얻은 청년들은 장차 사회의 주역이 되고 훌륭한 정치 참여자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개혁이 바로 비례대표제와 국회의원 수의 확대입니다.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청년을 비롯하여 자립하기 어려운 계층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또한 정치적 효능감을 갖지 못하는 수많은 개인과 집단들에게도 필요합니다. 다만 의원수의 확대가 없는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지역구 대표성을 지나치게 약화시켜 역효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의원 수가 전체적으로 늘고, 늘어나는 부분이 더 많은 직능과 집단과 의제를 대표하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대선 후보님들께 요구합니다. 한국 사회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정치영역의 신뢰를 쌓으려면, 청년들이 주체로 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 출발이 바로 정치제도의 개혁입니다. 먼저,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정치축소가 정치개혁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아주 값지고 필수적인 기계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되면 그걸 고쳐서 써야지 무작정 버리는 게 능사가 아니듯이 말입니다. 지금의 정치개혁안에 깔린 전제들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좀 더 선도적으로 정치개혁안을 끌고 나갈 것을 요구합니다. 다른 후보들을 자극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정치개혁안을 더 발전시켜야 합니다.
정치인이 모든 시민을 똑같이 대표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대표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청년들의 대표를 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