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은 그 선출방식이나 구성방식은 각각 다르더라도 예외 없이 유권자의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의회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회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어떻게 하면 의회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충분히 대변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쿠데타를 감행한 이후 일방적으로 공포한 유신헌법 아래서는 독재자였던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한 유정회 국회의원들을 포함하여 의회가 구성되었고, 현재는 51명의 비례대표 의원과 소선거구 지역구 선출의원 249명을 포함하여 300명의 의원으로 국회가 구성되어 있습니다(공직선거법 제21조).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제왕적 대통령과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사람의 국회의원을 선출함으로써 대표성이 구현되지 못하는 소선거구제를 가지고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점에서는 정치체제를 의회중심의 의원내각제로 바꾸고, 국회의원의 선거제도는 스웨덴이나 네델란드 등의 국가와 같이 의원 전원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거나 최소한 70% 이상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방향으로 통치기구 변경을 위한 헌법과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국회의 구성이 지방색을 불식하고 최대한 국민들의 계급적 정치지향을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독일식의 정당명부제가 또 다른 하나의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원내각제 개헌은 뒤로 미루더라도 비례대표 의원 정수가 전체 의원정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가능한 한 빨리 높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이것은 국회법의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므로 진보적 정당이 집권할 경우에는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