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의 문제를 직시하고 비례대표제를 확대할 것을 공통분모로 두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발언해주셨습니다.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야권연대의 공통분모로!
얼마 전 TV에서 국회의원들끼리 격한 언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 의원이 우리는 국민의 대표가 아니냐며 상황을 중재하는 장면을 보았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정치의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이 귀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투표나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혀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국회를 불신하고 정치에 무관심해져 가고 있는 상황인데,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때문에 국민들의 요구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도의 승자독식 구조는 승자를 지지한 사람들의 의사만을 반영하는 것이고 후보자들은 지역구의 승자가 되기 위해 전국적인 문제를 선거의 쟁점으로 삼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 중 가장 많은 표를 얻기만 하면 당선되는 이 제도 하에서는 30%의 득표율로도 당선이 될 수 있다. 당선자는 엄밀히 말해 지지자 30%의 대표자이지 지역구 전체의 대표자가 아니다. 나머지 70% 유권자의 표는 사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게, 소신투표 대신 1등이 될 것 같은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를 한다. 정치와 정책에 최대한 다양한 국민의 요구와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오히려 그 다양성이 제한되고 소수의, 혹은 왜곡된 입장이 대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이 되려면 자기 지역의 발전에만 도움이 되고 자기 지역주민들만의 편의를 도모하는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나 일자리 해결 문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 환경운동가들의 요구 등은 선거의 이슈가 되기도 힘들고 그만큼 정책으로 만들어지기도 어렵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를 통해 소외되어 온 우리들의 의견에 지속적으로 귀 기울여줄 사람들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혼합선거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현재 국회의 지역구 의석수는 비례대표 의석수의 약 4.5배 정도로, 실제로는 단순다수제의 성격이 도드라진다. 따라서 비례대표의석을 늘려 지역구 인물에 던지는 표와 정당에 던지는 표심이 모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지역구민으로서 행사하는 표보다는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의 일원으로서 행사하는 표가 그들의 입장을 더 잘 대변하기 때문에 비례대표제 의석이 늘어나야 한다.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방지하고 단순다수제로 선출되기 어려운 소외계층의 대표자와 신생정당,소정당의 국회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게다가 유권자들이 정당을 보고 투표하기 때문에 정당들은 표를 얻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걸게 된다. 그리고 이는 정당 간의 선의의 정책경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의원들은 정당에 배분된 의석수를 통해 어떠한 정책을 내세운 정당이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는지, 소수의 의견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 등의 야권주자들이 모두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정치개혁의 의제로 주장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기왕에 야권연대를 할 것이라면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공통분모로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유형의 비례대표제를 확대해갈 것인지를 합의해 국민들에게 선전하고 제시하기를 바란다. 야권 모두가 그 필요성을 절감해 주장한 만큼 각자의 공약으로 끝나선 안 된다.